개발 경험 없이 AI로 앱 만들기, 시작 전에 정해야 할 4가지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이 AI로 앱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화면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누구를 위한 앱인지, 계산과 판단의 규칙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무료로 줄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이 네 가지를 먼저 글로 정해 두는 것이었다. 나는 이걸 늦게 깨달아 같은 화면을 여러 번 다시 만들었다. 이 글은 그 네 가지를 왜,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이었나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았고, 코드를 직접 짜 본 적도 없다. 2026년 8월 중순, 운세(사주·타로) 앱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AI 코딩 에이전트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GPT 코덱스의 최신 에이전트를 썼고, 나중엔 다른 AI 에이전트도 함께 썼다.
방식은 단순했다. 내가 AI에게 말로 요청하면, AI가 내 컴퓨터의 프로젝트 폴더에서 직접 파일을 만들고 고치고 앱을 빌드했다. 나는 그 결과를 내 휴대폰에 설치해 보고 "이건 아니다", "이 방향이 맞다"를 판단했다. 그렇게 질문하고, 요청하고, 다시 고쳐 달라고 한 횟수가 수백 번이 넘는다. 코드는 거의 읽지 않았지만 화면은 수백 번 봤다.
시작 전에 정해야 할 4가지
1. 누구를 위한 앱인지 한 문장으로
처음에 나는 "사주 앱"이라고만 말했다. 그러자 AI는 가장 무난한, 다시 말해 누구에게도 꽂히지 않는 화면과 이미지를 만들었다. 나중에 "주 사용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설명을 길게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나서야 방향이 잡혔다.
한 문장에 들어가야 할 것은 세 가지다.
- 누가 쓰는가 (나이대, 상황)
- 언제 여는가 (아침에 습관처럼, 고민이 생겼을 때 등)
- 무엇을 얻고 닫는가 (오늘 할 행동 하나, 마음의 정리 등)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타깃 연령을 말하면 AI는 그 연령의 인물을 그림에 등장시키는 경향이 있다. 나도 "10대 후반~20대"라고 했더니 교복 입은 학생 그림이 계속 나왔다. 사용자층과 그림 속 인물은 다른 문제라는 걸 따로 적어 줘야 한다.
2. 계산과 판단의 규칙을 문서로
운세 앱은 생년월일시를 받아 정해진 규칙(만세력)으로 계산하고, 그 결과를 사람이 읽기 좋은 문장으로 바꾼다. 여기서 규칙을 정하지 않고 AI에게 문장부터 쓰게 하면, 그럴듯하지만 근거 없는 문장이 끝없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화면을 만들기 전에 AI에게 기준 문서를 먼저 쓰게 했다.
- 계산 근거: 음력·양력 변환을 어떤 자료와 대조할지, 절기와 자정 무렵 시간을 어떻게 처리할지
- 해석 원칙: 근거가 하나면 약하게, 서로 다른 근거가 셋 이상이면 강하게 말한다. 좋다·나쁘다를 단정하지 않는다.
- 일·월·연 구조: 오늘의 운세, 이번 달, 올해를 각각 무엇을 기준으로 볼지
운세 앱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가계부 앱이면 분류 규칙, 운동 앱이면 기록과 목표 계산 방식처럼, 앱이 "판단"하는 부분의 규칙은 먼저 글로 남겨야 한다. 나중에 결과가 이상할 때 무엇을 고칠지 기준이 된다.
3. 무료와 유료의 경계
유료 기능이 있는 앱이라면 경계를 처음부터 정해 두는 게 좋다. 나는 처음에 "무료로 기본 성향과 강점·주의점, 유료로 재물·직업·관계 상세"처럼 나눴다. 그런데 앱이 완성될수록 무료 내용이 좋아져서, 결국 무료 항목을 다섯 개 정도로 줄이는 쪽으로 다시 조정했다.
이 경계가 문서로 있으면 두 가지가 편해진다.
- AI에게 "이건 유료 쪽"이라고 짧게 말해도 같은 기준으로 화면을 나눈다.
- 결제 기능을 붙일 때 어떤 상품이 어떤 화면을 여는지 헷갈리지 않는다.
4.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가장 늦게 깨달은 부분이다. AI는 "작동한다"를 기준으로 검사한다. 버튼을 누르면 답이 나오면 통과다. 하지만 서로 다른 질문에 거의 같은 답이 나오는지는 따로 시키지 않으면 확인하지 않는다. 나는 타로 질문 여러 개에 답이 세 가지 중 하나로만 나오는 문제를 한참 뒤에야 발견했다.
시작할 때 정해 둘 검증 방법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 실제 휴대폰에서 확인: 컴퓨터 화면(에뮬레이터)에서 멀쩡하던 화면이 실기기에서 깨지는 일이 있었다.
- 같은 답 검사: 서로 다른 입력에 결과 문장이 얼마나 겹치는지 자동으로 검사하게 한다.
- 사람에게 보여주기: 주변 몇 명에게 써 보게 하고 "뭘 먼저 봐야 할지 알겠는지"만 물어봐도 많은 게 보인다.

실제로 화면보다 먼저 만든 문서들. 날짜를 보면 첫 일주일은 거의 문서 작업이었다.
내가 겪은 실수와 다시 한다면
나는 1번(누구를 위한 앱인지)을 대충 정하고 시작했다. 그 결과 이미지 방향을 잡는 데만 하루를 통째로 썼다. 풍경 사진, 학생 사진, 공익광고 같은 그림을 거쳐서야 원하는 스타일에 도착했다. 반대로 2번(규칙 문서)은 일찍 만들어 둔 덕분에, 나중에 "해석이 어렵다", "내 상황에 대입이 안 된다"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를 고칠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시작한다면 첫날에 아래 네 줄짜리 메모부터 쓰겠다.
- 사용자: ○○한 사람이 ○○할 때 연다.
- 규칙: 앱이 판단하는 기준은 ○○ 문서에 있다.
- 무료/유료: 무료는 ○○까지, 유료는 ○○부터.
- 검증: 실기기 확인, 같은 답 검사, 지인 3명 테스트.
정리
AI로 앱을 만들면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 시간을 잡아먹는 건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만드는 일이다. 그 흔들림을 줄이는 가장 싼 방법이 시작 전에 네 가지를 글로 정해 두는 것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1번을 대충 정한 대가로 하루를 쓴 이야기, AI로 앱 이미지를 만들 때 실패하는 이유와 지시문 쓰는 법을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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